[한국문화와 HR] 주재원 선발의 문제점과 해외 교포들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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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이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하고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TCK(Third Culture Kids)에 관한 글이었다면(Link: 한국 사회에서 길을 잃은 제3문화 아이들(TCK) 에게), 이번에는 해외에 있는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주재원들과 현지에서 채용된 현지 교포와 유학생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회사(경영진)와 직원들간에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뢰는 서로간의 이해와 존중, 그리고 원활한 소통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경영진이 나와 말도 잘 안 통하고,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고, 나와 나의 가족의 삶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면 어떨까? 이것이 많은 한국 대기업의 해외 법인에서 주재원과 해외 인력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이다.

한국 경영방식과 주재원 선발의 문제점

한국 주재원들은 어학, 로컬 문화 이해, 규정, 리더십의 역량 부족으로 해당 주재 국가의 현지인들을 이끌어 가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문화에 대한 이해 (Cross cultural sensitivity) 및 해외 경험 부족 등의 영향도 크지만 사실 개인의 문제보다는 본사, 특히 경영진과 인사부분의 주재원 선발방식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각 국가 및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에 가장 적절하게 customize하여 경영을 하고 실적을 취합하기 보다는 본사에서 하던,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데드라인과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경영방식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연히 주재원 선발 시에도 해외경험과 해당 법인의 필요한 직무(function)에 전문성으로 무장된 인력이 아니라, 그 동안 희생을 많이 한 로열티 강한 인력, 및 본사에서 평가가 좋았던 인력이 선발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인력이 해외 나가서 본인이 아는 유일한 세계인 한국, 더 좁게 본다면 회사에서 성공했던 방식으로 경영을 하거나 인력 ‘관리’를 하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비롯된다.

주재원과 현지인과의 문제

주재원으로 선발된 인력들에게 해외 파견 전까지의 시간은 회사생활 최고의 황금기다. 본사에서 비록 과장, 차장급이라도 해외 법인에서는 중책을 맡는다. 내 사람들을 거느리고 중요한 업무를 맡는 것은 물론, 주재 수당, 아이들 학비, 렌트비 등 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본인의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들도 해외 생활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물론 지역에 따라 틀리고, 해외 생활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가족들에게도 뭔가를 해줬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오랫동안 못 볼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과 한잔씩 하면서 축하를 받고, 출국 날이 다가오면서 속으로 다짐한다. “가서는 정말 더 열심히 해야지. 나를 주재원으로 뽑은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야지”.

하지만, 이렇게 회사의 대한 충성도와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채 해외법인에 출근을 하자만, 첫날부터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성과를 최대한 내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내 직원들은 칼퇴를 한다. 하루 이틀은 그냥 넘겼지만, 본사에서 계속 요구사항이 들어오고, 본인도 피곤해 지면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에서처럼 ‘쪼기’ 시작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담한 반응과 많은 퇴사자들 뿐이다.

여러 실패, 가끔은 혹독한, 경험을 통해 경영방식을 바꿀라고 해도 이미 현지인력들의 신뢰를 잃은 후고, 커뮤니케이션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고, 본사에서는 계속 수많은 요구 사항들을 요청해서 출구가 없어 보일 때 구세주가 나타난다. 바로 현지 교포들이다.

한국 교포들의 역차별 (Reverse discrimination)

교포들은 로컬 언어와 한국어가 둘 다 가능하고 어느 정도 ‘한국적인 정서’까지 갖춰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에 큰 문제가 없다.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정이 겹쳐서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에 정에 호소하거나 한국식으로 지시를 해서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일정을 소화하게 한다. 신뢰를 잃고 커뮤니케이션에 얘를 먹고 있는 현지인력과의 소통에서 중간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이렇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히 많은 업무가 교포들에게 돌아간다. 그래도 교포들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참는다. “그래도 한국 회사고 내가 일도 더 많이 열심히 하는 것을 주재원들이 아니깐 나중에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챙겨주겠지.” 그렇게 견디면서 몇 년이 지나고, 나의 희생과 노력에 대한 History를 아는 주재원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주재원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다. 그 동안에 수고를 인정해줘서 본사에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던지 더 빨리 승진을 시켜주지 않는다. 더 분노가 쌓이는 것은 주재원들이 시키는 커리어에는 도움 안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잡다한 일들을 안하는 외국 현지인들은 칼퇴를 하면서도 더 대우가 좋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래도 한국회사라는 동질감, 혹시 향후 좀 더 챙겨줄 것이라는 기대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배신감을 느끼고 타 회사로 옮기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가장 중요한 변화는 권위와 통제의 낡은 한국식 경영방식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는 회사의 가치와 문화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회사 존립과 회사 Identity에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나는 다만 그것들은 지금의 세대에 맞게 진화 시키는 것은 물론, 각 국가에 맞게 customize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재원 선발 방식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본사에서 평가를 잘 받고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 힘있는 임원이 밀어주는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해외 나가서 성공적인 업적을 남긴 주재원들의 특징과 역량들을 분석해서 그 요소들 중심으로 주재원 선발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인터뷰 했던 외국의 많은 회사들은 이러한 Database를 꾸준히 관리하고 update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교포들에게 커리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많은 경우, 지금 한국 대기업들의 수준으로는 교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국내 본사 중심의 경영방식은 오랫동안 바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지인들과 주재원 간의 mediator 역할부터 한국 본사와 직접 한국말로 소통 할 수 있는 주재원들을 현지 인력보다 더 많은 기회와 커리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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