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길을 잃은 제3문화 아이들(TCK) 에게……

TCK

한국 사회에서 길을 잃은 제3문화 아이들(TCK) 에게……

“내가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어디이지?”, “한국에서 적응을 하고 잘 살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의 권위적이고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지 않는 문화와 난 맞지 않는 것 같아”, “어디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할까?”, “언젠간 다시 그곳으로(미국, 사우디, 영국, 필리핀…… 등등) 돌아 갈 수 있을까?”

본인이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하고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TCK(Third Culture Kids)라면 위와 같은 생각들은 적어도 수십 번은 해 봤을 것이다.

TCK(Third Culture Kids)의 정의

TCK(한국어로는 ‘제3문화 아이들’이라고 표현)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Ruth Useem이 처음으로 사용하고, 차후 사회학자 David Pollock이 더 상세하게 정의 내린 용어로 “성장기의 상당 기간을 부모의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권에서 보낸 사람”(TCK is a person who has spent a significant part of his or her developmental years outside the parents’ culture)을 뜻한다. 즉, 아직 정체성이 형성되기 이전(적어도 18세 이전) 해외 생활을 시작한 조기 유학생, 외교관 자녀, 선교사 자녀, 주재원 자녀 들을 TCK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던 TCK이다. 지금은 가족, 나 자신의 Career, 현실, 의지, 그리고 꿈 등 여러 중요하고도 복잡한 요소들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어느 정도 답을 낸 상태이다.

TCK(Third Culture Kids)의 고민

하지만, TCK들이 얼마나 ‘외로운’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몸소 경험한 한 사람으로서,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TCK들을 위로해 주고 그 고민의 해답을 찾아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고, 더 나아가서는 본인은 아니더라도 주변 동료, 친구, 가족 중 TCK가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 주제에 관하여 글을 쓰기로 했다.

고민들과 어려움을 ‘외롭다’고 표현 한 이유는 TCK들이 아니고는 이 같은 고민들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하기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에서 TCK 자녀를 지켜본 그들의 부모라도 말이다(그들은 이미 정체성이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TCK(Third Culture Kids)와 한국의 교육

뒤돌아 보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내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가 두 번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번째는 미국에서 한국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로 전학 왔을 때다. 80년대 한국의 국민학교는 미국에서 온 나에게 너무 많은 문화 충격(Culture Shock)을 주었다. 나 전학 간 첫날 숙제 안 한 아이들을 책상 위에 무릎 꿇게 하고 때리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미국이었다면 그 교사는 바로 구속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킨다는 것(미국은 청소부가), 아이들을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운다는 것, 억지로 우유를 먹게 하고 빈 각을 검사하는 것(미국은 특정 음식을 절대 억지로 먹이지 않음), 한꺼번에 듣는 과목들이 미국에 비해 엄청 많다는 것(무슨 의미인가?), 학교에서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선생님들은 구두?), 심지어 선생님에게 매일 숙여서 인사한다는 점 등, 한국 친구들은 숨을 쉬듯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학교 생활 외에도 같은 학생들끼리 선후배, 형, 동생 따지면서 존댓말 하는 것도 그 당시 나에겐 너무나도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TCK(Third Culture Kids)와 한국의 기업문화

두 번째 어려움은 한국 대기업 문화와 대면하면서 겪었다. 대기업의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문화는 어렸을 때부터 개인의 생각과 개성을 표현 하도록 훈련 받았던 나와는 물과 기름처럼 석기기 힘들다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이 부분은 여기서 더 다루기 보단 이미 포스팅 된 글에서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생각해서 생략하겠다.

[한국문화와 HR] 집단주의와 Globalization

[한국문화와 HR] 세계 제일의 Talent, 세계 하위의 노동생산성 : ‘눈치’ 문화

[한국문화와 HR] 따뜻하고도 잔인한 한국의 ‘정’문화

이것은 TCK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 또는 외국계, Start up 등 더 자율적인 기업문화를 경험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겪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TCK로 한국에서 살아가기 (Future for TCK’s in Korea)

해외에서 자라면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엄마 품처럼 편안하고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 조국으로 돌아와서 나와 같은 한국인들 속에서 마저 ‘이방인’ 취급을 받고 문화 충격을 경험하면서 많은 TCK들이 소속감 및 정체성의 혼란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만 이상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한국사회에 녹아 들어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 TCK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적어도 나는 많은 위로를 받고, 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여러 장점들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준 나의 TCK 정체성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점차 Global화 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 TCK는 타 문화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력(Cross Cultural Sensitivity)과 Native 외국어능력, 그리고 뛰어난 적응력이라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큰 무기들로 무장이 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한국의 학벌과 연고가 굉장히 중요한 한국의 재벌기업 중심의 폐쇄적인 산업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Global Mindset과 뛰어난 어학능력이 중요시되는 세계무대에서 Global Trend 파악에 능하고 변화에 빨리 대처 할 수 있는 유동적인 회사들이 한국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그 새로운 생태계의 중심에 TCK들이 한국 대기업 또는 벤처회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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